중국을 대표하는 전통악기에는 피리(笛)나 비파(琵琶), 호금(胡琴), 쟁, 북(鼓) 등이 있지만 많은 이들은 얼후를 꼽는다. 두 줄의 단조로운 악기지만 얼후는 중국인들이 가진 독특한 슬픔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
얼후가 중국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당나라 때다. 그 때는 해금(奚琴)으로 불리었는데 송(宋)나라 때 학자 진척는 악서(樂書)에서 해금이 북쪽 오랑캐의 악기라고 적었으며, 당대 시인 잠참(岑?)도 “사령부에 술상 차려놓고 돌아가는 객 전송하니, 호금(얼후) 비파 오랑캐피리 소리라고 묘사했다. 이후 얼후는 장강 중하류에서 유행해 난후(南胡)로 불리기도 했으며 주로 중고음역을 담당했다. 얼후는 근대에 들어서 중국의 전통악기의 중심에 올라섰다. 샘에 달이 비추다(二泉映月), 은송, 소군 변경에 가다(昭君出塞) 등으로 유명한 아빙(阿炳 1893~1950)과 류톈화(劉天華 1895-1932) 같은 걸출한 얼후 연주자가 나오면서 그 명성이 더해졌다.
얼후는 기본적으로 현악기 구조다. 가령, 바이올린으로 봤을 때 위쪽 머리에 해당하는 것이 금축(琴軸)이다. 다음으로 목에 해당하는 것이 금간(琴杆)이다. 앞판 뒷판 등 몸통을 금통(琴筒)으로 부른다. 금통은 장고처럼 앞뒤가 있는데 앞은 구렁이 등 뱀의 가죽으로 만든다. 줄의 마찰이 이 구렁이 가죽에 닿아 소리가 나는 만큼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혈과 가죽은 직접 만나지 않고 사이에 나무로 된 작은 금마(琴碼)라는 보조장치를 끼운다. 이 재질에 따라 음색이 많이 달라진다. 지금은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되어 악기의 특색을 만들기도 한다. 또 줄과 목 사이에는 천근(千斤)을 두어 음색을 조절한다. 보통 면(綿)이나 비단을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유기유리(有機?璃)나 소료(塑料)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얼후를 소리를 내게 하는 활은 궁자(弓子)라고 불린다. 줄과 만나는 부분은 수십가락의 나일론으로 만드는데, 이 나일론줄에 송진을 묻혀서 접촉 강도를 조절한다.
얼후의 소리가 나는 원리는 활이 금속줄과 마찰하면서 나는 진동이다. 이 진동은 금마를 지나서 금통의 가죽에 닿아 소리를 내게 된다.
얼후의 명곡은 1900년대 초반에 명성을 떨친 류톈화의 10대 명곡이 여전히 꼽힌다. 병중음(病中吟 1915), 월야(月夜 1918), 공산조어(空山鳥語 1918), 고민의 노래(1926), 비가(悲歌1927), 양소(良宵 1928), 한거음(閑居吟 1928), 광명행(光明行 1931), 독현조(獨弦操 1932), 촉영요홍(1932) 등이다. 또 아빙의 은송(?松 1939), 이천영월(二泉映月), 한춘풍곡(寒春風曲)도 명곡으로 연주된다.
얼후는 경극은 물론이고 치엔콩(섬서 등 중국 서북지역의 전통 공연), 이쥐(허난성 주변의 전통 공연), 위에쥐(광둥성의 전통 공연), 추안쥐(쓰촨 주변의 전통공연) 등에도 대부분 부속 악기로 쓰인다.
[출처] 중국인들의 마음을 담은 악기 (중국, 현재와 미래을 읽고 싶다) |작성자 글쟁이
- 얼후.jpg (17.1KB) (9)

